제주(숙소) - 사려니숲길 - 백약이오름 - 제주(숙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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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 백약이오름 (2구역, 표선면) - 트레킹
보통 호텔마다 그 호텔의 고정 홍보 채널이 있잖아요.
TV 채널을 돌리면서 어쩔 수 없이 봐야 하는 상황이라 무심코 돌리게 되는데
베스트 웨스턴 제주에서는 몇 번이고 그 채널을 본 것 같아요.
금능해변, 수월봉, 송악산 등 주변 관광지를 소개해주는데
그중에 '백약이 오름'에 마음이 뺏겨 저기는 다음 여행 때 꼭 가야지 하며,
영상을 열심히 봤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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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을 기약한 그곳을 바로 오늘 가게 됩니다.
즉흥 여행, 완전 내 스타일!!
원래는 사려니숲길에서 한두 방울 약하게 떨어지던 비로
제주시로 돌아가 '넥슨컴퓨터박물관'을 가려고 계획했습니다.
그런데 날씨가 말끔히 개어 급 백약이 오름으로 고고 합니다.
사려니숲길에서는 차로 30분 정도 걸렸어요.
제주 시내, 서귀포 시내를 벗어난 대부분의 제주도가 그렇듯이
탁 트인 풍경이 예술입니다.
백약이 오름은 그늘이 되어줄 나무, 가림막 아무것도 없었어요.
3시쯤 도착했는데 햇빛에 그대로 노출되어 더위를 잘 안타는 저도 더웠어요.
모자 필수로 챙기시고요. 올라가 보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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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로 향하는 길'
한 걸음 한 걸음 꾹꾹 밟아 걸음을 옮겨봅니다.
풍경도 공기도 말도 못 하게 좋았어요.
그런데 그늘 한 점 없고, 쉴만한 곳도 없어 중간에 내려갈까?
잠깐 고민한 순간도 있었는데 왠지 올라가야 할 것 같아 묵묵히 올랐습니다.
30분 정도 걸려서 정상부에 다다랐습니다.
정상에 오르니 영상으로 본 트랙이 펼쳐집니다.
정상에 올라서는 하염없이 주변 풍경만 바라봤던 것 같아요.
뻥 뚫린 하늘 위로 바람이 신나게 불어댔어요.
모자, 핸드폰 꾹 움켜쥐고, 한동안 멍 때렸습니다.
바람이 모든 걱정, 근심, 잡념 다 태워가 버렸는지
아무 생각 들지 않는 평온한 시간이었습니다.
저희 뒤에 따라오시던 할아버지 한 분이 계셨는데
연세도 있으시고, 다리도 불편하신 것 같아 잘 오르실 수 있을까
걱정되어 그분을 계속 눈으로 좇게 되었어요.
그분은 정상에서 잠깐 쉬시고는 바로 원을 따라 길을 가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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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아버지의 뒷모습을 사진으로 담으면서 마음으로 응원을 보냈습니다.
할아버지가 멀어지고 맞은편에서 보일 때쯤
저희는 올라왔던 길로 그대로 내려왔습니다.
다음에 또 오자며, 그땐 원을 따라 한 바퀴 돌자며 약속했어요.
그런데 두둥! 바로는 못 가겠네요.
정상 한 바퀴는 2년 뒤에나 가능할 것 같아요.
오름 자연휴식년제로 백약이오름은
2020년 8월 1일부터 2022년 7월 31일까지
정상부 앞 탐방로까지는 접근 가능하고, 정상 봉우리는 갈 수 없다고 해요.
무단출입 시에는 자연환경보전법에 따라 200만원 이하의 과태료 부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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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제주 여행 통틀어 가장 좋았던 순간을 하나만 뽑으라면,
백약이 오름 정상에서 바람 싸대기를 맞으며 멍 때렸던 순간
으로 고민 1도 없이 답할 수 있을 것 같아요.
등산 왜 하는지 모르겠다 하시는 분들은 가볍게 제주 오름으로 시작해보세요.
뒷산 산책하듯 쉽게 오를 수 있는데 결코 뒷산 배경으로 그치지는 않죠.
지난 여행 때도 거문오름 숲해설 참여했던 게 가장 좋았었는데
저는 오름과 잘 맞는가 봐요.
앞으로 제주 방문하면 오름은 꼭 일정에 포함해야겠어요.
(잠깐 팁! 거문오름은 세계자연유산으로 사전 예약자에 한해 탑방을 허용하고 있어요.
1일 300명으로 제한하여 운영하니 탐방 예약은 꼭 하셔야 해요.
거문오름 예약으로만 검색하시면 예약 사이트는 쉽게 찾을 수 있습니다.)
백약이오름에서 숙소로 이동해서 푹 쉬었습니다.
남은 김밥과 맥주 실컷 먹고, 이마트 가서 과즐 추가 쇼핑하고,
내일 떠날 준비를 하며,
그렇게 4일차 일정도 마무리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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