펭귄은 펭귄의 길을 간다_펭귄박사 이원영
지금은 종영한 tvN의 '어쩌다 어른'이란 프로그램이 있었다. 각 분야의 강연자가 나와 다양한 주제로 특강을 하는 프로그램이었고, 관심 가는 회차는 찾아보곤 했다. 소개할 책의 저자이자, 펭귄 박사인 이원영 박사님은 어쩌다 어른에서 처음 알게 되었다. '펭귄이 아프다'라는 주제로 강연했고, 평소 쉽게 접하지 못하는 이야기라 몇 년이 지났음에도 책을 보고 단번에 그때 그 강연을 떠올릴 수 있었다.
이원영 박사는 극지연구소 연구원으로 남극과 북극을 오가면서 극지 동물의 행동을 관찰하고, 연구하는 일을 하고 있다. 펭귄을 오래 기억하고자 사진을 찍기 시작했고, 혼자 보기 아까워서 짧은 글과 함께 SNS에 기록했다고 한다. '펭귄은 펭귄의 길을 간다'는 그렇게 SNS에 올린 사진과 글을 엮어낸 책이라고 한다.
<남극의 사는 펭귄들>
- 젠투펭귄 : 눈부터 정수리로 이어진 흰색 줄무늬가 포인트 + 붉은색 부리
- 턱끈펭귄 : 이름처럼 턱 아래로 검은 띠가 있음 + 진한 검은색 부리 + 눈 주변에 옅은 점
- 아델리펭귄 : 눈 주위에 흰 무늬가 있음, 눈알의 흰자처럼 보임
- 황제펭귄 : 펭귄과 조류 중 가장 큼, 1m 넘음, 임금펭귄과 매우 흡사하지만 서식지로 구분
우선 등장인물이 아닌 등장펭귄 소개로 시작한다. 펭귄의 특징만으로도 펭귄의 모습이 그려진다. 책에는 수많은 펭귄의 모습이 담겨 있는데 사진만 보고도 젠투, 턱끈, 아델리, 황제펭귄을 구분할 수 있을 만큼 특징 설명이 잘되어 있다.
펭귄 관찰 일기인 만큼 펭귄이 주인공이고, 펭귄에 관한 이야기와 사진이 주를 이루고 있지만, 드문드문 남극에서 더부살이하는 웨델물범, 도둑갈매기 등 다른 동물도 등장한다. 그중에서도 '코끼리물범'에게 마음이 빼앗겼다. 아기 코끼리물범의 한 장의 사진으로 무장 해제 미소가 나와버렸다.
<펭귄은 펭귄의 길을 간다 중>
펭귄은 남극에서 그저 그들의 삶을 살고 있을 뿐이다. 나에게 무언가 가르칠 생각도, 어떤 영감을 줄 의도도 없었을 것이다. 그럼에도 나는 펭귄이 밤낮을 가리지 않고 부지런히 새끼를 돌보는 모습에서 성실함을 배웠고, 끝이 보이지 않는 얼음 위를 묵묵히 걷는 모습에서 경외심이 들었다. 그리고 그들을 통해 나 자신을 돌아봤다. (...) 어떻게 살아야 할까 막막할 땐 펭귄을 떠올린다. 하루하루 묵묵히 걷고 또 걷다 보면 어딘가에 다다르는 날이 오겠지. 그러다 보면 뭐라도 되어 있지 않을까 싶다.
여름에 제격인 책이었다. 보기만 해도 시원해지는 남극의 풍경을 엿볼 수 있으며, 그 속에서 귀여움 터지는 펭귄 사진으로 눈 호강 제대로 했다. 펭귄의 사생활을 훔쳐보며, 작은 행동 하나하나에 삶에 녹이고, 의미를 부여하는 작가님의 담백한 글도 좋았다. 펭귄을 사랑하는 마음, 한 가지에 몰두한 사람의 진정성이 와닿았다.
<생각할 거리>
펭귄 중 제일 유명한 '펭수'가 4월 25일 세계 펭귄의 날을 기념하기 위해 극지연구소에 왔던 에피소드가 기억에 남는다. 제작진은 펭수가 어떤 펭귄을 닮았는지 물었고, 작가는 회색 몸, 흰 얼굴, 검은 머리가 어린 황제펭귄을 닮았다고 답했다고 한다. 펭수는 연구소의 실시간 남극 영상을 보면서 고향이 그립다고 엉엉 울었다고.
작가는 그 모습을 보며 실제 다가올 미래가 될 수 있다고 생각했다고 한다. 인간이 불을 지핀 지구의 기후 변화는 펭귄들에게 직접적인 생존 문제가 될 수 있겠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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