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여행/여름의 제주도 (2020년 7월)

8월 15일(토) 제주도 여행 마지막 기록 (여행의 이유, 김영하)

by 크크썬 2020. 8. 15.

나의 첫 여행기인데 끝맺음이 아쉬워서 나를 위한 보너스로 제주 여행의 마지막 기록을 남긴다.

여행은 지난달 마지막 주에 다녀왔지만, 2주간 매일 여행을 기록하면서 최근까지도 여행지에 머물러 있는 듯한 신기한 경험을 하게 됐다. 보통 여행을 다녀오면 그 기분이 길게는 일주일, 짧게는 반나절도 채 가질 않는데 이번에는 달랐다.

아무래도 쓰면서 곱씹고, 되새기다 보니 여운이 오래 남은 듯하다.
4박 5일이 아닌 한 달 동안 여행한 기분이라니 의도치 않게 남는 장사를 하게 됐다.

바꿔 생각하면 그간 밑지는 여행만 해온 셈이 되는 건가? 그 여행들도 하나씩 들춰봐야겠다.

 

그간 아끼고, 아껴뒀던 김영하 작가의 산문집 여행의 이유를 읽었다. 지금이 적기인 것 같아 꺼내 들었다.

한 글자 한 글자 천천히 보고 싶었는데, 이야깃거리가 많은 작가의 여행에 관한 얘기에 빠져 금세 읽어내고야 만다.

 

책에 대한 정보는 아무것도 없었다. 그저 작가 이름과 책 제목에 끌렸었다.

제목만으로 여행 에세이로 여겼는데 흔한 여행기와는 달랐다. 작가의 인생과 취향이 고스란히 담긴 이야기가 흥미로웠다.

물론 여행에 얽힌 에피소드도 있지만, 아무래도 유명 작가라는 타이틀을 가진 분이라 글 작업을 위한 여행, 해외 초청 등 여행의 성격이 일반적인 여행 또는 내 여행과는 거리감이 느껴지긴 했다.

그런데도 만나본 적 없고, 대화 한 마디 나눠보지 않은 완벽한 타인의 인생과 취향을 엿보면서 작가가 더욱 친근하게 다가왔다.

<여행의 이유, 작가의 말 중>
꽤 오래전부터 여행에 대해 쓰고 싶었다. 여행은 나에게 무엇이었나, 무엇이었기에 그렇게 꾸준히 다녔던 것인가,
인간들은 왜 여행을 하는가, 같은 질문들을 스스로에게 던지고 답을 구하고 싶었다. (...)
'여행의 이유'를 캐다 보니 삶과 글쓰기, 타자에 대한 생각들로 이어졌다. 
여행이 내 인생이었고, 인생이 곧 여행이었다. 우리는 모두 여행자이며, 타인의 신뢰와 환대를 절실히 필요로 한다. 여행에서뿐 아니라 '지금, 여기'의 삶도 많은 이들이 도움 덕분에 굴러간다.

책을 읽으면서 그의 여행의 이유와 나의 여행의 이유가 다르지 않다는 걸 알았다.

아니, 모든 이의 여행의 이유도 비슷하리라 생각한다. 표현만 다를 뿐이지 결국 일상이 여행이다.

 

앞으로도 내 여행을 쓰기로 했다. 여행하고, 일상을 기록하고, 나의 취향을 말해야겠다.

사실 여행을 다녀올 때마다 여러 차례 블로그를 하려고 했고, 기록을 위해 사진을 열심히 찍었던 여행도 있었다.

그러나 자신이 없어 시작하지 못했다. 잘 쓴 글만 보여주고 싶어서, 완성도가 떨어진다고 생각해서 시작조차 하지 않았다.

 

문장력 탁월하고, 정보가 충만한 수많은 여행기를 보면 표현력 부족하고, 전달력 떨어지는 내 여행기가 부끄럽기도 하다. 그러나, 날 것의 내 여행기가 마음에 든다. 여행했던 날을 떠올리게 하고, 그 기분이 전해지기도 한다.

 

최근 아니 올해 들어 가장 잘한 일이라면 블로그를 시작하고, 짧은 일정의 여행이지만 시작에서 끝까지 포기 없이 여행기를 마친 일로 들 수 있다. 만큼 뿌듯하고, 내 자신에게 격려를 보낸다. 앞으로도 계속해서 써보자!

댓글